Photographer’s Note 작가노트

콤콤한 내음과 세월에 바랜 부모님의 옛 물건을 담으며 시작한, 주변 사람들의 물건을 프레임에 담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느낀 것들을 <탯줄>이라는 이름으로 엮어냈다.

언제부턴가 아버지는 올드스파이스를 쓰시지 않게 됐고, 이제는 머리가 아프시다며 용도폐기시킨 샤넬 No.5는 내 화장대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. 악어가죽 클러치백은 이제는 촌스러우시다고… 안티푸라민과 옥도정기는 ‘후시딘’ 따위에 밀려난 지 오래고 110 카메라는 박물관에서나 볼 유물 취급을 받는 세상이다. 하지만 모든 물건에는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흔적이 남는다고 한다. 나와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혼(魂)과 백(魄)이 깃든 물건이 프레임 안에 담겼을 때 이것들은 그들과 나와의 연결을 곱씹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(史料)로 다시 생명을 얻는다.

이번 전시 <탯줄>은 나와 주변 사람들이 관계의 탯줄을 자르며 또 다른 교감으로 연결되는 놀라운 역사에 관한 기록이다. 이 전시를 통해, 여러분이 구석진 창고 문을 열고 옛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 먼지를 털어내며, 그 옛날 함께 감정을 나눈 그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면 한없이 기쁘겠다.

-한정선 작가노트 중-


  작가약력

한정선

The Griffin studio 대표
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

2005 온라인 전시 “Non-resident alien” at Silver eye center for photography on November (Pittsburgh, USA)
2004 그룹전 “Pinhole- After dark” at Manchester Craftsmen’s Guild (Pittsburgh, USA)

* 저서
2010년 (파리여행기) 한 잔의 쇼콜라 쇼에 파리를 담다 (우듬지)